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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안믿으면 지옥? 그건 독선"
100세 철학자의 쓴소리 "기독교 안믿으면 지옥? 그건 독선"
중앙일보 2020.02.07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 (하)
“이기주의자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다. 그걸 통해 행복하게 살라고.”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100세 철학자’ 김형석(100)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났다. 그는 최근 신앙에세이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열림원)를 내놓았다. 100년 인생을 지나온 철학자가 바라보는 종교와 영원은 어떤 것일까. 크리스천인 김 교수는 기독교의 교리와 교회의 현실적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종교의 본질을 주시하며 파격적인 답을 내놓았다. 그는 “종교가 교리가 되면 인간이 구속된다. 종교는 진리로 내 안에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자유로워진다”고 강조했다.
김형석 교수는 “종교의 교리를 통해서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교회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건 진리와 하나님 나라를 통해서다. 만약 그게 없다면 기독교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교회 헌금 제도인 ‘십일조’도 지적했다. “주위를 보라. 개신교인들 중에 십일조에 구속된 이들이 꽤 많다. 가끔 사람들이 ‘십일조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어온다. 나는 구속받지 말라고 말한다.”
일본 유학시절, 김형석 교수는 ‘무교회주의’를 알게 됐다. 교회나 전통이나 격식이 아니라 성경 중심의 신앙 생활을 하는 기독교 운동이다. “일본에는 교회를 떠난 무교회주의가 있더라. 나는 그곳에 다니지 않았다. 제 선배 되는 함석헌, 김교신, 유달영 선생은 거기에 다녔다. 다니진 않았지만 나는 무교회주의를 보고 ‘그거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교회의 진정한 의미는 십자가 달린 건물이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에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김 교수는 ‘바이블 클라스’를 꾸리고 있다. 몸소 이끄는 성경공부 모임이다. 처음 시작한 건 30세 때였다. 지난해 여름까지도 했으니, 70년 세월이다. 바이블 클라스를 꾸렸던 해만 따져도 꼬박 40년이다. 적게는 40~50명, 많을 때는 200명이 모였다. 처음에는 중학생을 상대로 했는데. 이후 대학생, 직장인으로 확장됐다.
김 교수가 의대에서 바이블 클라스를 할 때였다. 30대쯤 된 사람이 오더니 “저희 집 형편이 어려운데, 선생님께서 주신 장학금으로 공부를 했습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그런데 김 교수는 그 사람에게 장학금을 준 적이 없었다.
자초지종이 있었다. 1950년대였다. 김 교수의 바이블 클라스에 서울여자의과대학(1971년 고려대에 합병)에 다니는 배학분이란 여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학비가 없어서 공부를 못 할 처지였다. 김 교수는 학비를 보태며 “나한테 갚지 말고,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갚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바이블 클라스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 참 순수했다. 교회를 계속 다니면서 습관화한 사람들보다 더 순수했다. 그 때문에 바이블 클라스를 지금껏 계속했다”고 말했다. “왜 순수한가?”라고 물었더니 “성경을 교리가 아닌 진리로 대하니까. 예수 말씀을 교리가 아닌 인생으로 대하니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스 혁명 때였다. 신문에 한 컷짜리 만화가 실렸다. 바짝 마른 지게꾼이 짊어진 지게 위에 뚱보 세 명이 타고 있었다. 왕족과 귀족, 그리고 성당의 신부였다. 김 교수는 “기독교가 인간을 많이 구속했다. 지금도 많이 구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석 교수는 1920년생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와 공산 치하, 그리고 대한민국을 모두 경험했다. 그가 보는 ‘행복한 사회’란 과연 어떤 걸까.
김 교수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체조까진 아니어도 조금씩 움직이며 몸을 푼다. 그런 뒤 고요한 시간을 이용해 10분가량 기도를 한다. 아침 식사는 항상 똑같다. 우유 반 잔에 호박죽 반 잔, 반숙한 작은 계란 하나에 생채소 샐러드. 여기에 하루는 토스트, 이틀은 찐 감자를 번갈아 가면서 먹는다. 식사 후에는 간단한 과일과 아메리카노 반 잔을 마신다.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은 커피를 3분의 1 잔으로 줄인다.
점심은 영양가 있게 먹는다. 생선이나 고기 위주다. “소식하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나이 드니까 저절로 소식하게 되더라.” 나이가 들수록 식사량은 계속 줄어든다고 했다. 저녁은 점심보다 적게 먹는다. “점심때 고기 먹었으면, 저녁에는 생선을 먹는 식이다. 그런 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한다.” 밤 10시 30분에서 11시쯤 돼야 잠자리에 든다. TV로 뉴스도 자주 보고, 축구 경기도 즐겨 본다. 박지성과 손흥민의 팬이다. 드라마는 계속 봐야하니까 잘 안 본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100세 철학자의 쓴소리 "기독교 안믿으면 지옥? 그건 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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