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논문
<천부경>과 <삼일신고>에 나타난 개천이념
유철(상생문화연구소)
목 차
I. 들어가는 말
II. 환국과 <천부경>
III. 배달국과 <삼일신고>
VI. <천부경>에 나타난 환국의 개천이념
1. 환桓과 <천부경>의 일一
2. 환桓과 <천부경>의 광명사상
V. <삼일신고>에 나타난 배달의 개천이념
1. 재세이화와 <삼일신고>
2. 홍익인간과 <삼일신고>
VI. 맺는 말
참고문헌
I. 들어가는 말
보통 우리 역사를 일컬어 반만년 역사라고 한다. 5,000년을 이어왔다는 것이고, 우리 한국의 역사가 그만큼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음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이 5천년은 단군조선의 개국인 기원전 2333년과 현재 서기 2024년을 더한 4,300여년의 역사에서 나온 듯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단군 조선을 우리 역사의 시초로 보는 한에서 나온 계산이다. 그러나 그 합은 4,300여년 정도여서 반만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반만년이란 말은 과장된 말인가? 아니다. 우리가 반만년이라고 부를 때 그 역사의 기원을 단군조선이 아니라 신시 배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과장이 아니라 오히려 겸손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배달국의 역년은 1,565년으로 이를 다 합하면 5,800여년이나 된다. 비록 강단 사학의 영향으로 단군의 역사를 우리 역사의 상한선으로 인정하는 오류를 범하지만, 한민족의 무의식 속에는 배달 시대의 기억이 역사 DNA로 박혀 배달의 역사를 우리 역사로 인식하였고, 그래서 만년이라는 큰 단위를 사용하여 반만년 역사라는 표현으로 회자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반만년 역사’는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자 올바른 인식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더 나아가 『환단고기』는 ‘오환건국이 최고라(吾桓建國最古)’(『삼성기』 상)고 하였고, ‘석유환국昔有桓國’(『삼성기』 하)이라고 하여 우리가 나라세운 것이 가장 오래 되었으며, 그 나라가 환국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환국의 역년은 3301년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도합 1만년의 역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환국의 국통을 이어받은 배달국의 커발한 환웅이 무리 3,000명과 함께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이곳을 신시神市라고 이름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개창했기 때문이다.
『환단고기』에서는 배달의 뒤를 이은 단군 조선에 대해 “이후에 신인 왕검이 불함산의 박달나무가 우거진 터에 내려오시어 선대先代 환인, 환웅 성조의 법을 이어 받고 하늘의 뜻을 받들어 세우니 모든 백성이 기뻐하고 복종하며 천제의 화신으로 여겨 임금으로 추대하였다”고 하여 단군 조선의 건국을 환국과 배달의 국통을 이은 것으로 밝히고 있다.
『환단고기』는 이처럼 환국, 신시 배달, 단군 조선으로 이어지는 고대 한민족의 국통맥을 분명히 기록하였고, 이를 통해 우리 역사의 흐름이 면면히 이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만년 역사라는 겸손한 표현을 넘어 시원국가의 맥을 끊임없이 이어온 일 만년 국통의 주인공들이다.
이 논문은 삼성조시대의 개천과 개천이념에 대해 논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인류 시원 경전으로 알려진 <천부경>과 <천부경>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 인간의 참된 경지를 기록한 경전인 <삼일신고>를 중심으로 인류의 시원국가인 환국과 한민족 국통의 종주인 배달국, 그 배달의 뒤를 이어 아사달에 건국된 단군 조선의 개천과 그 정신을 살펴보고자 한다.
보통 개천開天이란 하늘이 열린다, 혹은 하늘을 연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어 개벽의 원뜻을 ‘개천벽지開天闢地’라고 할 때, 여기서 개천은 우주의 시원개벽을 뜻하는 말로서 ‘하늘이 처음 열린다.’는 의미이다. 이때 ‘하늘이 열린다.’는 개천은 만물이 처음 생겨나는 것으로 천지개벽의 뜻이다. 그런데 인류문명사에서 말하는 개천은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는 뜻으로 개국開國, 건국建國, 개창開創이라는 뜻과 같다. 『환단고기』에서는 “성인을 보내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일러 개천이라 하니 하늘을 열었기 때문에 만물을 창조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세상이 하늘의 이법과 부합되어 하나로 조화되는 것이다.”고 하였다. 간단히 말하면 하늘(일신)이 성인(환인, 환웅, 단군)으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열어 다스리는 것을 개천이라고 한다는 말이다. 즉 개천은 개국이다.
『환단고기』의 개천에 대한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성인의 개국과 통치는 ‘하늘의 이법’에 맞고, ‘삼신의 가르침’과 조화를 이루어야한다는 것이다 ‘환국구전지서桓國口傳之書’인 <천부경>과 배달시대 삼일신三一神의 가르침이라는 제목으로 지어진 <삼일신고>는 그 시대의 정신과 문화를 압축하여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환국과 배달의 개천 이념 역시 그 두 경전에 담겨있다는 추론은 합리적이다.
우리 민족의 처음 나라세움인 개천을 기리는 개천절은 21세기에도 이어져 국경일로 기념되고 있다. 그런데 그 개천절에 대해 단군왕검이 나라를 연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반만년 역사라는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 개천절 기념 노래의 1절은 아래와 같다.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이 개천절 노래는 ‘음수사원飮水思原’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의 기원을 생각하고 기리자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개천의 주인공으로 단군을 지칭하고 있다. 물론 단군왕검은 고조선을 연 개창자이다. 그러나 그 단군조선이 근거하고 있는 나라가 존재하는데 바로 배달국이다. 이 가사에서 다행인 것은 단군을 위대한 아버지, ‘한아버님’이라고 하여 우리 조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위대한 할아버지가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바로 배달을 개창한 환웅천황이다. 위 개천절 노래 가사는 ‘이 나라 한할아버님은 환웅이시니’로 바꿔야하지 않을까?
II. 환국과 <천부경>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명을 일구어온 문화민족이다. 특히 우리의 정신문화는 우주관, 신관, 인간관, 수행관을 아우르는 근원적 사유의 산물이며 이는 고대 경전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환단고기』에는 우리의 고대국가가 성립되는 과정과 건국이념, 통치사상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고대 국가의 가르침이 압축되어있는 인류의 시원경전인 <천부경>을 비롯해 <삼일신고>, <참전계경>이 담겨있다. 이 세 경전은 한민족 3대 경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으며, 그래서 그 각각을 조화경造化經, 교화경敎化經, 치화경治化經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삼대경전의 소자출을 살펴보면 상고시대 건국과 관련되어 그 기원을 유추할 수 있다.
한민족 삼대경전에 대해서 안경전의 『환단고기』 역주본에서는 ‘한민족 창세 역사시대 신교 시원문화의 3대 경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신교는 ‘신의 가르침’이란 뜻으로 『규원사화』에서 말하는 ‘이신설교以神設敎’, 즉 ‘신으로써 가르침을 베푼다.’는 뜻의 줄임말이다. 이를 『주역』에서는 ‘이신도설교以神道設敎’라고 표현하였고, 『환단고기』 「단군세기」는 ‘이신시교以神施敎’라고 하였다. 알다시피 신교에서 말하는 신은 삼신이자 일신인 삼신즉일신三神卽一神, 삼신일체상제三神一體上帝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일신은 곧 삼신이며, 이 삼신과 하나되어 우주를 다스리는 신이 바로 상제이다. 『환단고기』에서는 『표훈천사』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천상세계에 삼신이 계셨으니 곧 한분 상제님이시다. 주체는 일신이시니 각기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작용으로 보면 삼신이다.”
세 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신이지만 그 위격이 셋으로 드러나므로 이를 삼신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 삼신의 위격이 바로 조화신, 교화신, 치화신이다.
삼신은 천일, 지일, 태일이시다. 천일신은 조화를 주관하시고 지일신은 교화를 주관하시고 태일신은 치화를 주관하신다.
삼신은 곧 천일신, 지일신, 태일신인데, 그 각각이 하나의 독립된 신격으로 있는 것은 아니고 일신이 세 위격으로 작용하는 것을 일컬어 삼신이라고 부른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삼신이라고 부르지만 그 본체體는 곧 일신이 되는 것이다.
신교는 삼신즉일신을 모시고, 삼신의 가르침에 따르는 삶, 삼신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고대 인류의 종교문화이자 영성문화이며, 생활문화였다. 신교를 ‘삼신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곧 신과 하나가 되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천부경>과 <삼일신고>의 기원과 내용을 살펴보면 그 속에 이러한 신교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국과 <천부경>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천부경>을 통해 환국의 개천이념, 즉 개국정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환국은 어떤 나라이고 언제 세워졌는가? 『환단고기』 「삼성기」 상과 「삼성기」 하에는 환국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삼성기』 상
우리 환족의 나라세움이 가장 오래되었다. 일신은 사백력의 하늘에 계시며 홀로 우주의 조화를 부리시는 신이시다. 광명으로 온 우주를 비추시고 대권능의 조화로 만물을 낳는다...어느 날 동녀동남 800명을 흑수와 백산의 땅에 내려 보내니 이에 환인께서 만백성의 우두머리가 되어 천계에 거주하시며 돌을 부딪쳐서 불을 피워 음식을 익혀먹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치시니 이 나라를 환국이라 했다.
『삼성기』 하
옛적에 환국이 있었다. 백성들은 풍요로웠고 인구도 많았다. 처음에 환인께서 천산에 머무르시며 도를 깨쳐 장생하시니 몸에는 병이 없으셨다. 하늘을 대행하여 널리 교화를 베풀어 사람들로 하여금 싸움이 없게 하였다...환국은 7세를 전하니 그 역년은 3301년인데 혹자는 63182년 이라고도 하니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두 인용문 중 『삼성기』 하에서 환국에 대해 기록한 내용은 『태백일사』 「환국본기」에서 『조대기』를 인용하여 환국에 대해 기술한 것과 대동소이하다. 원동중의 『삼성기』 하의 환국부분 역시 『조대기』를 보고 작성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환국본기」에서는 『조대기』 뿐만 아니라 『삼성밀기』를 인용하여 환국에 대해 “파내류산 아래에 환인의 나라가 있다. 천해 동쪽 땅을 또한 파내류국이라 부르는데, 그 땅의 넓이가 남북으로 5만 리요 동서로 2만리이다. 이 땅을 합하여 말하면 환국이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록들을 종합하면 환국에 대해 여러 역사서들이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비록 그 고사서들이 현재 사라졌지만 고려 말 조선대에는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환국의 개천에 대해 기록한 두 인용문의 중요한 공통점은 하느님, 즉 신과 관련된다는 점이다. 『삼성기』 상에서는 ‘우리 환족의 나라세움이 가장 오래되었다. 일신은 사백력의 하늘에 계시며 홀로 우주의 조화를 부리시는 신이시다. 광명으로 온 우주를 비추시고 대권능의 조화 만물을 낳는다...어느 날 동녀동남 800명을 흑수와 백산의 땅에 내려 보내니’라고 하여 우주의 조화를 부리는 일신이 존재하는데, 그 일신께서 백성들을 내려 보내 나라를 세우니 바로 환국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일신이 곧 삼신이다. 따라서 환국의 개천과 그 이념에는 일신의 가르침이 있으며(신교) 그로부터 환국은 광명의 나라이며 조화와 권능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철학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삼성기』 하에서는 ‘처음에 환인께서 천산에 머무르시며 도를 깨쳐 장생하시니 몸에는 병이 없으셨다. 하늘을 대행하여 널리 교화를 베풀어 사람들로 하여금 싸움이 없게 하였다’고 하였는데 여기서도 ‘하늘을 대행’하여 백성을 다스렸다고 하였다. 물론 하늘은 곧 천신, 일신, 하느님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환국의 개창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신(일신)의 명령에 따라, 신의 가르침으로 나라를 세웠다는 점이다. 그러한 삼신의 가르침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또 삼신께 천제를 지내고, 삼신을 대행하여 백성을 다스렸으니, 그 신교에 따른 정치로 말미암아 백성들은 도를 깨우치고 병이 없으며 싸움이 없이 평화로웠다는 내용이다.
『삼성기』 상과 『삼성기』 하의 환국 개천 내용은 그 골자는 동일한데 일신이자 삼신이 환인에게 명하여 백성 모두가 신의 가르침에 따라 살도록 했다는 것이다. 넓게 보면 이러한 환국의 개천이념은 신과 인간의 조화며 통일이며 합일이다. 이러한 개천이념은 구체적으로 천부경에서 일一(신)과 인간의 합일을 함의하는 ‘一析三極’, ‘人一三’이나 ‘人中天地一’, ‘本心本太陽’등의 표현에서도 확인가능하다.
한민족 삼대경전 중 첫째 조화경으로 불리는 <천부경>은 신교의 나라 환국시절에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추론해도 <천부경>에도 신교의 가르침이나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문자가 없던 시절에 경전이 존재했다는 것은 그 물리적 실체가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정한 내용을 가지고 치국의 규범으로, 모든 백성들에게 가르침의 근본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일상에서도 제례에서도 중요한 정신적 실체로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부경>은 천제 환인의 환국 때부터 구전되어 온 글이다. 환웅 대성존께서 하늘의 뜻을 받들어 내려오신 뒤에 신지 혁덕에게 명하시어 이를 녹도문으로 기록하게 하셨는데, 고운 최치원이 일찍이 신지의 전고비를 보고 다시 첩으로 만들어 세상에 전하였다.
위 기록에서 볼 때 현재 우리가 아는 <천부경>의 기원은 환국 시대부터 존재했으며, 구전되어오다가 배달시대에 문자로 기록되었고, 이것이 다시 최치원에 이르러 한자로 번역되어 첩으로 만들어져 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천부경> 속에는 환국의 개국정신과 통치철학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천부경>의 근본정신인 1의 의미와 이로부터 모든 창조와 변화기 이루어진다는 첫 구절(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은 『삼성기』가 말하는 환국의 기원 중에서 삼신과 일신의 가르침에 따라 나라를 세우고 백성을 다스렸다는 내용과 조화를 이룬다. <천부경>에 들어있는 신의 가르침에서 기원하는 시원문화의 정신과 우주창세원리, 그리고 천지인의 존재성에 대한 규정 등은 인류 시원국가인 환국의 개천 이념에서, 나아가 신교로 나라를 다스리는 환국의 통치 철학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송호수 교수는 『겨레얼 삼대경전』이란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정통을 가진 문화민족이다. 찬란한 문화가 있었기에 위대한 민족철학이 있었고, 위대한 민족철학이 있었기에 고고한 經書의 원전이 있었으며...
위의 인용문은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우리 민족에게 시원의 경전이 존재하는 것은 그 전통이 낳은 철학과 정신이 경전 속에 녹아들어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환국이 건국되고 통치와 삶의 철학들이 압축되어 천부경이라는 시원의 경전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을 것이라는 논자의 생각과 일치한다.
III. 신시 배달과 <삼일신고>
환국의 뒤를 이은 나라는 신시 배달국이다. 『삼성기』 상은 환국에서부터 고구려에 이르는 국통맥이 기록되어 있다. 『삼성기』의 저자인 안함로가 활동한 시기가 삼국시대였으므로 자신이 살던 시대까지의 왕조사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서 안함로는 배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그 후 환웅씨가 환국을 계승하여 일어나 하늘에 계신 상제님의 명을 받들어 백산과 흑수 사이의 지역에 내려오셨다. 그리하여 천평에 우물을 파고 청구에 농사짓는 땅을 구획하셨다. 환웅께서 천부와 인을 지니고 오사를 주관하시어 세상을 신교의 진리로 다스려 깨우쳐 주시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시며 신시에 도읍을 정하여 나라 이름을 배달이라 하셨다.
이 인용문은 ‘환국의 뒤를 이어 환웅께서 신시神市라는 지역에 나라를 세웠는데 그 이름이 배달’이라는 간단한 내용이 적혀있다. 신시라는 지명은 신의 도시라는 뜻으로, 신성이 깃든 땅, 혹은 신과 함께하는 땅이라는 뜻이며, 배달은 밝달에서 온 말로 밝은 땅, 광명이 비치는 땅이라는 뜻이다. 두 용어의 합은 ‘신시 배달’인데 ‘삼신이 깃든 밝은 땅’, ‘삼신과 함께 하는 광명의 나라’라는 뜻이다.
『삼성기』 하에서는 배달국의 건국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환국말기에 안파견께서 삼위산과 태백산을 내려다보시며 이렇게 물으셨다. “두 곳 모두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는 곳이다. 과연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은가?” 오가의 우두머리가 모두 대답하였다. “서자에 환웅이란 인물이 있는데 용기와 어짊과 지혜를 겸비하고, 일찍이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세상을 개혁하려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그를 동방의 태백산으로 보내 다스리게 하십시오.” 이에 환인께서 환웅에게 천부와 인 세 종류를 주시며 명하셨다. “이제 인간과 만물이 이미 제자리를 잡아 다 만들어졌으니 그대는 노고를 아끼지 말고 무리 3천명을 이끌고 가서 새 시대를 열어 가르침을 세우고 세상을 신교의 진리로 다스리고 깨우쳐서 이를 만세 자손의 큰 규범으로 삼으라.”
신시 배달국의 건국과 관련된 『삼성기』의 내용들은 배달국의 개천이념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먼저 배달의 국통과 관련된 것으로서 배달은 환국의 서자부에 속하는 환웅이 세운 나라로 환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 배달의 개천이념 혹은 개국정신이 신교의 진리라는 것이다. 환국의 마지막 환인은 새 나라를 개창하기를 원하는 환웅에게 “새 시대를 열고 가르침을 세워(開天立敎) 세상을 신교의 진리로 교화하라(在世理化)”고 명하였다. 즉 배달국을 열어 가르침을 세우는데(개천입교) 그 개천이념이 바로 ‘신교의 진리로써 깨우침을 베풀라.(재세이화)’는 내용이다. 이는 다음의 구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환웅께서는 무리 3천명을 이끌고 태백산 마루 신단수 아래에 내려오시어 이곳을 신시라 하시니 이분이 바로 환웅천황이시다. 환웅께서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시고 농사, 왕명, 형벌, 질병, 선악을 주장하게 하시고, 인간 세상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세상을 신교의 진리로써 다스려 깨우쳐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셨다.
이 구절은 앞의 내용과 일치하고 있는데 여기서 ‘재세이화 홍익인간’이란 구절에 배달의 창세이념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理化’는 진리로써 교화한다는 뜻이며, 이때 진리는 곧 삼신일체상제의 가르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곧 삼신의 가르침이다. 나아가 홍익인간은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기록된 것처럼 단군조선에서 유래하거나 단군조선만의 이념이 아니라 환국과 배달을 이어온 개천이념이다.
고서에 이르기를 옛적에 환국이 있었다. 서자부의 환웅이 천하를 건지려는 뜻을 가지고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하거늘, 환국을 다스리시는 아버지 환인께서 아들의 이런 뜻을 아시고 아래로 삼위산과 태백산을 내려다보니 널리 인간에게 이로움을 줄 만한지라
『삼국유사』의 내용은 원동중의 『삼성기』의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여기서도 홍익인간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환국의 환인이 배달국을 개창하는 환웅에게 전하는 말이다.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환웅에게 전하는 환인의 가르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홍익인간은 배달국의 개천이념이 아닐 수 없다. 아래 인용문은 배달의 개천이념이 단군왕검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저 홍익인간 이념은 환인천제께서 환웅에게 전수하신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신시배달이 단군조선에 전수한 심법이다.
단군왕검이 조선을 건국함에 있어 홍익인간의 가르침은 대를 이어 단군 조선의 개천이념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군 조선이 역대로 삼신께 천제를 지내고 홍익인간을 통치이념으로 삼아 백성을 다스렸음은 22세 색불루 단군이 백악산 아사달 시대를 열고 천제를 지내면서 지은 <서고문>에도 다음과 같이 담겨있다.
소자 단군 색불루는 두 손 모아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나이다. 천자의 수신이 백성에게 미침은 반드시 공경스럽게 하늘에 제사 지냄에서 비롯하나, 황상께서 삼신의 밝으신 천명을 받아 보은대덕으로 이미 삼한의 5만 리 강토와 더불어 다함께 홍익인간의 큰 뜻을 누려왔습니다.
수도를 옮기고 삼조선 시대를 연 색불루 단군의 원년이 기원전 1285년이므로 홍익인간 이념은 단군조선이 개창된 이래 대대로 통치 이념으로, 백성들의 삶의 규범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익인간은 상고시대 개천이념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이어져 한민족의 가장 중요한 사상으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홍익인간’은 대한민국이 국통을 이어받은,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이 그 전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에 건국이념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홍익인간’은 우리 대한민국의 개천이념이기도 하다. 또한 홍익인간은 현행 법률인 교육기본법에서는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홍익인간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인정하는 ‘보편적 국가 이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처럼 배달국의 개창과 관련된 여러 기록의 공통점은 신교의 진리로써 나라를 열고 다스렸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신교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이 바로 <삼일신고>이다. 먼저 <삼일신고>의 제목 자체가 삼일신의 가르침이라는 뜻에서 이는 배달의 개천이념과 관련된다. 삼일신은 삼신이자 일신, 삼신즉일신을 뜻한다. 삼신이 곧 일신임은 앞에서 일신이 세 신의 형태로 작용한다는 인용문을 통해 밝힌바 있다. 그리고 그 삼신은 곧 일상제라고 하였는데, 이로써 상제는 삼신과 하나되어 우주를 다스리는 주재신임을 알 수 있다.
<삼일신고>가 만들어진 시기는 배달 시대이다. 『환단고기』에는 이에 대해 두 가지 기록이 있다. 첫째로
<삼일신고>는 본래 신시개천시대에 세상에 나왔고, 그 때에 글로 지어진 것이다. 집일함삼과 회삼귀일의 뜻을 근본정신으로 삼고...
여기서는 신시개천시대, 즉 배달국이 건국되는 때에 세상에 나왔다고 하였는데 이를 근거로 <삼일신고>가 만들어진 시기를 환국이 아닌 배달로 유추할 수 있다. 글로 지어졌다는 것은 <삼일신고>가 만들어지면서 바로 문자로 기록되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두 번째 기록은 다음과 같다.
우리 환국은 환웅천황께서 배달을 개척할 당시부터 천신께 제사를 지내오셨고, <삼일신고>를 지으셨으며 천하를 널리 개척하시고 백성을 교화하셨다.
이 인용문에서는 자칫 <삼일신고>가 환국시대에 만들어진 경전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 환국은’이라는 구절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도경전본훈」의 저자는 조선조의 이맥이므로 여기서 ‘우리 환국’이라고 할 때 환국은 배달 이전의 나라 환국이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우리 환족의 나라는’이라는 표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즉 이맥이 역사를 기술함에 있어 배달을 우리 환족의 나라로 표현한 것이고 따라서 신시 배달을 개창할 당시에 <삼일신고>를 지었다, 혹은 만들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이 두 가지 기록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 <삼일신고>가 신시를 열 때 개천의 이념을 담은 경전이라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IV. <천부경>에 나타난 환국의 개천이념
앞에서 본 것처럼 <천부경>은 환국 시기에 나왔다. 그렇다면 <천부경>에는 환국의 개천이념이 들어있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사실 환국의 나라 세움의 정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신이 <천부경>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환국의 건국과 그 시대 상황에 대한 몇 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환국의 개천정신을 유추하고, 그 정신과 <천부경>을 비교 연구하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태백일사』 「환국본기」에서는 환국의 시대상황과 정치형태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먼저 시대상황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사귐에 친하고 멀리함이 없고 높고 낮음의 차별이 없고 남자와 여자의 권리가 평등하고 노인과 젊은이가 소임을 나눈다.”고 하였고, 또 “당시에는 비록 법규와 명령이 없었으나 백성들 스스로가 화평하고 즐거워하며 도리에 순종하였고, 병을 제거하고 원한을 풀어주며 다친 자를 돕고 약한 자를 구제하니 원한을 품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르는 자가 한사람도 없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린 환국의 통치자가 바로 환인桓仁이다. 환인에 대해 설명하기를 “당시 사람들은 스스로를 환이라 부르고, 무리를 다스리는 사람을 인이라 하였다. 인이란 임무를 맡는다는 뜻이다. 환인이라 부른 이유는 널리 이로움을 베풀어 사람을 구제하고 큰 광명으로 세상을 다스려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함에 반드시 어진 마음으로 하였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이러한 환국의 모습은 매우 평화로우면서 모든 백성이 신의 계율에 따라 선한 삶을 살아가는 인류문화의 황금시대이자 신교로 나라를 열고 다스린 신성시대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신성시대의 철학과 가치관은 가장 보편적이면서 영성적인 내용으로 압축외어 경전으로 성립되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 역시 「환국본기」에서 찾을 수 있다. 「환국본기」는 <환국주>를 인용하여 환국시대의 통치철학과 시대정신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환은 온전한 하나됨이며 광명이다. 온전한 하나됨이란 삼신의 지혜와 권능이고 광명은 삼신이 지닌 참된 덕성이니, 곧 우주 만물보다 앞선다.
환은 인류 시원국가의 국명이다. 왜 국명을 환이라고 하였는지는 그 환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국명의 의미는 그 시대의 경전 속에 녹아있을 것이다. 여기서 <천부경>과 관련하여 중요한 구절은 환桓 혹은 환국桓國의 이념을 ‘온전한 하나됨’, ‘광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그 다음 구절 역시 <천부경>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옛 풍속에 태양을 숭상하여 태양을 신으로 삼고, 하늘을 조상으로 삼았다...태양은 광명이 모인 곳으로 삼신께서 머무는 곳이다. 그 광명을 얻어 세상일을 하면 함이 없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하여 사람들은 아침이 되면 모두 함께 동산에 올라 갓 떠오르는 해를 향해 절하고, 저녁에는 모두 함께 서천으로 달려가 갓 떠오르는 달을 향해 절하였다.
위 구절에서 태양을 숭상하고 하늘을 조상으로 삼았다는 구절, 태양은 광명이 모인 곳으로 삼신이 머무는 곳이란 구절 등은 환국의 시대정신과 개천이념이 녹아든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구절들은 <천부경>에서 ‘본심본태양앙명本心本太陽昻明’이란 구절로 표현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렇게 환국의 개천이념을 ‘환桓’의 함의含意인 ‘온전한 하나됨’, ‘광명’, ‘태양의 광명은 삼신이 머무는 곳’으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내용은 또한 <천부경>의 근본정신이기에, 환국의 개천이념과 생활문화는 <천부경>에 함축되어 내포되어 있다고 해야 한다.
1. 환桓과 <천부경>의 일一
앞에서 본 것처럼 ‘환’국의 환이 ‘온전히 하나됨’이라고 할 때, 그 환에는 신과 우주 자연과, 만백성이 그 존재본성에서, 위대한 우주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같다는 철학적 규정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오환건국이 최고’이며 ‘석유환국’이라는 『삼성기』의 기록에서 볼 때, 그 국명에 내포된 함의는 ‘하나됨’이다. 따라서 환국의 개천이념은 바로 환이며, 그 환은 <천부경>의 ‘일一’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합리적 추론이다.
<천부경>의 첫 구절은 ‘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 天一一地一二人一三 一積十鉅 無匱化三’이다. <천부경> 전체를 세부분으로 나누어 이 첫 번째 구절을 일러 상경上經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일은 일곱 번 나온다. 이 상경에서 우리는 일과 삼, 일신과 천지인 삼재三才와의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환국구전지서’인 <천부경>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숫자 ‘일一’에 대해 분석하면 환국의 개천이념으로서 ‘온전히 하나됨’이라는 환의 뜻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맥은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고문서들을 참고하여 『태백일사』를 편찬하는데 그 책에는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 등 삼대경전에 대한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특히 이맥은 <천부경>과 <삼일신고>에 대해 “<삼일신고>의 5대 종지도 <천부경>에 뿌리를 두고, <삼일신고>의 궁극적 정신 역시 <천부경>의 일一의 원리와 사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여 <천부경>과 <삼일신고>의 공통분모가 ‘일’의 철학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천부경>의 핵심을 말한 것이면서 일一의 정신이 무엇인지, 또 그 일과 하늘과 땅과 인간(天地人)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되는지 암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천부경>은 그 내용 상 상경上經, 중경中經, 하경下經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그 각 부분이 모두 일과 연관되며, 그 각각이 차례로 천天, 지地, 인人을 주제로 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삼일신고>는 이를 좀 더 확장하여 허공虛空, 일신一神, 천궁天宮, 세계世界, 인물人物 등 다섯 개 장으로 구분하는데, 이 역시 내용상 크게 천, 지, 인으로 나눌 수 있다.
간략히 말한다면 <천부경>의 근본정신은 ‘일一’이며, 그 일은 천지인天地人 모두의 본성이자 본체이다. 따라서 일은 곧 삼이며, 삼이 모여 하나가 되니 바로 일이다. <천부경>은 81자의 한자漢字로 구성되는데 그 문자적 나열도 일에서 시작하고 일에서 끝나는(一始無始一, 一終無終一) 구조적 특징을 가지며, 철학적으로도 일一이라는 본체에서 모두가 나오고(一妙衍萬往萬來) 다시 그 모두가 다시 일로 돌아가는(一終無終一) ‘일一의 철학’이라는 내용적 특징을 가진다.
<천부경>의 一은 무無이면서 유有이며, 신이면서 만물이고, 하나이면서 하늘땅인간의 셋이다. 이를 표현한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이라는 상경上經의 구절에 의하면 하늘과 땅과 사람은 모두 그 본체는 一이면서 그 위격은 1이고 2며 3으로 표현된다. 즉 일이 곧 천지인이고 천지인이 합하여지면 그 전체가 바로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가능한 것은 일이 바로 모든 것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의 정신이 ‘온전히 하나됨’이므로 이 역시 ‘모두가 일로 환원되고 귀결되는 일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천부경>의 상경 ‘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 天一一地一二人一三 一積十鉅 無匱化三’은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
일(하나)은 천지만물 비롯된 시작이나 무에서 시작하는 일(하나)이어라. 이 일(하나)이 천지인 삼극으로 나뉘어 작용해도 그 근본은 다할 것이 없어라. 하늘은 창조운동 근원되어 첫째 되고, 땅은 생성운동 근원되어 둘째 되고, 사람은 천지완성의 근원되어 셋째 되니 일이 쌓여 열까지 열리는데 그 모두는 다함없는 3수의 조화라네.
<천부경>의 첫 구절에서 일一은 ‘천지만물의 시작’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일은 천지만물의 근원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천지만물은 일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그 일은 숫자로 표현되지만 지시하는 대상은 모든 존재의 시원이므로 궁극적 존재자이면서 완전한 존재자로서 신(일신)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일신은 곧 삼신으로 환국의 개천과 관련되는 바로 그 신이다. 『삼성기』 상에서 환국의 개천을 설명하면서 “우리 환족의 나라세움이 가장 오래되었다. 일신은 사백력의 하늘에 계시며 홀로 우주의 조화를 부리시는 신이시다.”라고 말한 신이며, 그 신이 환인으로 하여금 환국을 개창하게 한 것이다. 이 『삼성기』의 내용은 <천부경>의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설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신은 아무 것도 없는 원시상태의 이 땅에 새로운 시작을 만들었으니 곧 ‘일시무시일’이요, 그 결과가 모두가 하나된 조화의 나라, 삼신의 나라 환국인 것이다.
‘일이 나누어져 삼극, 즉 천, 지, 인이 된다’는 그 다음 구절은 이를 풀어 설명하고 있다. 일이 ‘시작’이므로 그 일 이외는 아무것도 없으며, 오직 그 일에서 만물이 생겨나는데, ‘석삼극’ 즉 천지인이 그것을 함축한다. 일에서 만물이 나오지만 근본은 다함이 없다(무진본)는 것은 천지만물이 일에서 나온다는 것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석삼극析三極하여 세 개로 나누어진들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이 곧 천지인이라는 것을 뜻한다. 일이 천지인으로 화현化現하므로 일은 일로써 그대로 존재하고, 그 천지인은 곧 일의 본성을 나누어가지는 ‘일 그 자체’라는 것을 <천부경>은 ‘무진본’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일은 만물의 근원이며 시작이기에 만물 속에는 일이 들어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과 만물은, 그리고 일과 천지인은 서로 분리되거나 새로운 속성을 가진 독립된 대상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최민자는 “천부경에서 근원적 일자인 유일신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그냥 ‘하나’(一라)고 한 것은 무수한 진리의 가지들을 하나의 진리로 되돌리기 위한 우리 국조의 심원한 뜻이 담겨진 것이다.”고 말한다. 표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논자가 말하는 환국의 이념이 환이며, 온전히 하나라는 것을 천부경의 일의 존재성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천부경>의 ‘天一一地一二人一三’이라는 구절은 이를 좀 더 풀어서 기술하고 있다. ‘天一地一人一’은 천지인에 모두 일이 함께 하고 있어, 일신의 현현으로 존재하는 천지인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환단고기』에서는 일신이 곧 삼신인데 그 이름을 ‘천일신 지일신 태일신’이라고 한 것이다. ‘일석삼극’은 일신이 천지인으로 현현한다는 것이면서, 일신은 천일지일인일의 삼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소도경전본훈」에서는 “우주의 한 조화기운이 스스로 운동하고 만물을 창조하여 조화, 교화, 치화라는 세 가지 창조원리를 지닌 신이 되신다. 신은 곧 우주의 기요, 기는 허요, 허는 곧 하나이다.”라고 하였다. 이를 거칠게 표현하면 일신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뜻이며, 그 일신이자 삼신으로부터 화현하는 하늘과 땅과 인간은 곧 신과 같은 위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부경>은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이라고 한 것이다. 삼신이자 일신인 ‘일’의 정신, 그 일신과 하나되는 ‘조화’의 정신, 하나됨의 정신이며, 이것이 환국의 개천정신으로서의 환의 의미인 ‘하나됨’이다.
또한 환국의 정신을 설명하면서 ‘온전한 하나됨’은 ‘삼신의 지혜와 권능’이라는 기술은 ‘天一一地一二人一三’의 뜻을 삼신과 연계하여 풀이하는 셈이다. 삼신이자 일신으로서 천부경의 일은 천지인 삼재로 현현하는 궁극적 존재자이며 근원적 존재자로서 지혜와 권능을 담지하고 있으니, 천부경은 그 지혜와 권능을 숫자로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가 셋으로 드러나니 삼신의 지혜이며, 그 셋으로 드러나지만 그 본성을 줄거나 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재하니 삼신의 권으이 아닐 수 없다.
2. 환과 <천부경>의 광명사상
환은 한민족의 모든 국명에 나타나는 공통된 의미인 밝음을 뜻하며, 한민족의 삶의 기준이자 문명의 본질 역시 광명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도경전본훈」에 “환은 곧 희와 같은 뜻이다”고 하였는데, 환국의 환은 희羲를 뜻하고 희는 해의 밝음을 뜻한다고 한다. 환은 곧 태양의 밝음이며, 신의 속성 역시 밝음이다. 「신시본기」에서는 이를 더 분명하게 설명하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광명을 환이라고 하고, 땅에서 내려오는 광명을 단이라고 한다.”고 하여 桓은 곧 하늘의 광명을 의미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역시 하늘의 태양에서 내려오는 밝음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소도경전본훈」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태양을 삼신의 모습으로 여기고, 태양의 빛과 열을 삼신의 공능으로 여기며, 만물이 생겨나 자라고 발전해 가는 모습에서 삼신의 심정과 뜻을 헤아리고, 재앙과 행복이 우리 인생에 보응하는 것을 삼신 상제님의 정의로 여겼다.
이러한 내용에서 볼 때 시원국가인 환국의 보편 정신은 광명이며, 환국의 국명에서 환 역시 광명을 뜻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환국의 광명사상은 삼신이 머무는 태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삼신을 섬기고 광명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은 환국시대 일반 백성들의 문화이자 풍습이었다. 다음의 내용은 그러한 환국의 개천이념과 백성들의 정신문화가 잘 드러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를 환이라 부르고, 무리를 다스리는 사람을 인이라 불렀다... 환인이라 부른 이유는 널리 이로움을 베풀어 사람을 구제하고 광명으로 세상을 다스려서 맡은바 임무를 수행함에 반드시 어진 마음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환국의 구성원들은 광명을 숭상하고 삼신의 가르침을 따르는 백성이라는 뜻으로 스스로를 일러 ‘환’이라 칭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환족이며 환국의 백성으로서의 자존감이 충만했다. 나아가 환국의 백성을 다스리는 환인 역시 광명으로 세상을 다스렸는데 이는 삼신의 명에 따라 통치하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환국본기」에서는 환국의 당시 백성들의 삶의 방식과 보편적 문화양태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옛 풍속에 태양을 숭상하여 태양을 신으로 삼고, 하늘을 조상으로 삼았다...태양은 광명이 모인 곳으로 삼신께서 머무는 곳이다.’
태양과 신을 동일시하고, 높고 푸른 하늘의 모습을 조상으로 여기는 환국의 문화와 풍속은 <천부경>의 ‘본심본태양앙명本心本太陽昻明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이라는 구절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천부경>에서 이 구절은 하경下經에 속하는데 태양과 밝음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구절은 ‘근본은 마음이니 태양에 근본 두어 마음의 대광명은 한없이 밝고 밝아 사람은 천지 중심 존귀한 태일이다.’로 번역가능하다. 곧 삼신의 광명과 환국 백성의 환이 서로 하나가 되는 경지에서 인간의 위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광명을 매개로 신과 인간은 하나가 된다.
앞에서 환국의 환과 관련하여 환은 태양이며 태양은 곧 신이 머무는 곳이자 신의 모습이라고 하였다. 또한 태양의 속성은 광명이며, 환국의 백성들은 광명을 숭상하고 신의 가르침을 따라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니 스스로를 환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환단고기』의 내용과 대비하면 <천부경> 하경에서 말하는 ‘태양’은 삼신이자 일신을 상징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본래 마음은 태양을 본받아 밝다고 하였는데(본심본태양앙명本心本太陽昻明), 인간의 본래 마음이 근거하고 있는 것은 일 혹은 일신이다. 그 일신은 알다시피 삼신과 같다. 신시 배달에서 전수되어 온 「염표문」에는 “일신께서 참마음을 내려주셔서 사람의 본성은 본래 신의 광명에 통해 있으니”라고 하여 마음의 근본은 바로 일(일신)에 있다고 하였다. 이에 미루어 볼 때 <천부경>의 本心에서 인간의 마음이 근거하고 있는 바 本은 「염표문」의 일신강충一神降衷의 일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천부경>은 그 마음의 본질은 태양을 본받아 광명 그 자체임을 선언하고 있다. 사실 ‘本太陽昻明’이란 구절은 일신(삼신)과 인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태양에 근본 하여’는 ‘태양에 근본 두어’, 혹은 ‘태양을 본받아’ 등의 뜻이기에, 마음은 태양에 근본을 두어 그 본성이 ‘밝음’ 자체라는 말이다. 물론 그 태양은 삼신의 다른 표현이다. 앞에서 인용한 「염표문」에 비춰보면 일신께서 참마음을 내려주신 인간의 ‘본심本心’혹은 ‘본성本性’은 본래 ‘광명에 통해 있으니(성통광명性通光明’이라고 한 것과 일치한다. <천부경>의 ‘본태양앙명’과 「염표문」의 ‘일신강충 성통광명’은 동일한 의미이며, 이것은 환국의 환의 뜻과 상통한다. 이러한 몇 가지 논리적 추론들의 결론은 一과 人, 光明과 人間의 合一을 지향하면서, 결국 삼신과 인간의 궁극적 합일에서(神人合一)에서 그 본래적 가르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천부경>은 환국의 개천이념인 광명사상, 환과 광명, 삼신과 사람의 동연성을 담고 있는 소중한 경전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마음은 태양처럼 밝고 밝은 본성을 갖는다는 것, 인간은 광명존재라는 것이 <천부경>이 말하는 인간의 특징이며 환족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관이다. 이러한 광명의 존재로서 인간의 위격은 그 다음 구절 ‘人中天地一’에 잘 나타나 있다.
‘人中天地一’은 ‘인간은 천지중심 존귀한 일자이니’, 혹은 ‘사람 속에 천지가 담겨 있으니 사람은 천지 중에 가장 존귀한 태일이다’라고 번역가능하다. 쉽게 표현하면 ‘인간은 천지의 중심으로 태일이다.’가 된다. 이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은 바로 앞의 ‘본심본태양앙명’과 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심본태양앙명’, 즉 인간이 태양을 본받아 태양과 같은 광명존재라면, 그러한 인간의 위격은 ‘인중천지일’이라는 것이다. ‘人中天地一’은 ‘사람은 천지중심으로 가장 위대한 존재이니 사람이 곧 태일太一이다’는 뜻이기에, 一(일자一者)의 변하지 않는 ‘不動本’의 本을 ‘本心’으로 가진 인간은 一과 같은 존재로서 태일이다 라고 해석될 수 있다. 태일은 천지 가운데 인간이 가장 위대한 존재임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일자의 본성을 나누어가진 인간이기에 그 인간 속에 천지가 들어있고, 그 천지를 안고 있는 인간의 위격은 곧 ‘태일’이라는 뜻이다. 이에 전병훈은 천부경 해설에서 ‘인중천지일’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사람은 천지의 마음으로서 만물이 다 나에게 갖추어 있다. 따라서 사람이 치중화致中和의 공부를 완전히 실현하면 천지가 자리를 잡고 만물이 화육됨으로써 천지와 덕을 합하게 된다. 참으로 천지는 대아라면 진아는 태극의 일분자의 소아가 아닌가? 이와 같이 자신을 이룬 자는 능히 천지의 가운데에 자리 잡고 설 것이니 아! 지극하도다.
사실 이러한 해석은 이해가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인간은 그 자체 광명에 통한 존재로서 천지를 품은, 혹은 천지의 중심존재로 위대한 태일로 우뚝 설 것이라는 뜻으로 요약된다. 전병훈 역시 신의 광명을 함께하는 광명존재로서 인간의 위대한 가치를 천지와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V. <삼일신고>에 나타난 배달의 개천이념
「소도경전본훈」에서 <삼일신고>는 배달시대에 세상에 나왔다고 하였다. 또한 『태백일사』의 편저자인 이맥은 <삼일신고>의 5대 종지가 <천부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였고 <천부경>의 일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도 하였으니 <삼일신고>에는 환국시대의 보편 정신과 함께 배달시대의 주요 철학과 사상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장에서는 『환단고기』에 나타난 배달의 개천이념을 검토하고 이를 <삼일신고>와 비교 서술하고자 한다.
1. 재세이화와 <삼일신고>
『삼성기』 상의 기록은 배달의 창세 개천이념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 후 환웅씨가 환국을 계승하여 일어나 하늘에 계신 상제님의 명을 받들어 백산과 흑수 사이의 지역에 내려오셨다. 그리하여 천평에 우물을 파고 청구에 농사짓는 땅을 구획하셨다. 환웅께서 천부와 인을 지니고 오사를 주관하시어 세상을 신교의 진리로 다스려 깨우쳐 주시고(在世理化)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시며(弘益人間) 신시에 도읍을 정하여 나라 이름을 배달이라 하셨다.
위 인용문에서 볼 때 배달은 상제님의 명을 받들어 환웅이 세운 나라이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환웅이 배달의 개천이념으로 삼은 내용이 ‘재세이화 홍익인간在世理化 弘益人間’이라는 기록이다. 이를 안경전 역주자는 ‘세상을 신교의 진리로 다스려 깨우쳐 주시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셨다’라고 번역하였다.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직역은 ‘세상(을 다스림에 있어 만사를)을 진리로 교화한다.’는 뜻이다. 이는 ‘환웅천황이 삼신 상제님의 명을 받들어 이 세상에 나라를 세우고(在世) 그 나라를(세상을) 상제님의 가르침(진리)으로 깨우쳐 주신다(敎化)’는 의미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재세이화는 신시 배달을 건국한 환웅천황이 배성들을 다스리는 최고의 모토라고 할 수 있다.
삼신 상제의 명으로 나라를 열었고, 또 삼신의 진리로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깨우친다는 재세이화의 개천이념은 <삼일신고>의 제목이 말하는 삼일신의 가르침, 그리고 삼신이 사람에 내재하여 삼진이 된다는 <삼일신고> 일물장의 내용과 서로 상통한다. 환웅에게 개천입교開天立敎를 명한 삼신은 곧 일신으로서 삼일신이다. <삼일신고>의 삼일신은 ‘삼신즉일신’으로서 상제를 의미하며, 나아가 이 삼일신이라는 이름은 ‘집일함삼 회삼귀일’의 삼일논리의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소도경전본훈」에서는 “집일함삼執一含三은 우주의 기는 하나이지만 그 속에 깃든 우주의 조화성신은 세 가지 손길로 작용하는 신이라는 것이며, 회삼귀일會三歸一은 신이 세 가지 창조 작용을 하는 삼신이지만 그 삼신은 일기一氣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이 두 가지는 <삼일신고>의 핵심 내용이면서 배달의 개천이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삼일신이 곧 삼신이자 일신임은 다음의 구절에 잘 드러나 있다.
우주의 한 조화기운에서 세 가지 신령한 변화 원리가 일어난다. 이 기는 실로 지극한 존재로, 그 지극함이란 곧 무를 말한다. 무릇 하늘의 근원은 천지인 삼극을 꿰뚫어 허하면서 공하니 안과 밖을 아울러 그러한 것이다. 천궁은 광명이 모이고 온갖 조화가 나오는 곳이다. 하늘에 계시는 한분 상제님께서 능히 이러한 허를 몸으로 삼아 만유를 주재하신다. 따라서 우주의 한 조화기운은 곧 하늘이고 또한 우주생명의 공인 것이다. 그러나 그 하나 가운데 있는 신은 곧 삼신이 되시니 삼신은 천일신, 지일신, 태일신이다.
위 인용문은 <삼일신고>의 삼일신에 대한 설명이다. <삼일신고>는 알다시피 허공(천), 일신, 천궁, 세계, 인물 등의 장으로 구성된다. 위 문장은 이중 삼일신의 본질을 설명하는 방편으로 허공과 일신과 천궁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곧 <삼일신고>의 삼일신은 우주의 지극한 한 조화기운으로서 한분 상제님이며 그 일신은 곧 삼신을 말한다고 하였다.
재세이화에서 말하는 신교의 진리는 신교의 신인 삼신의 가르침이다. 그리고 <삼일신고>의 삼일신은 재세이화의 삼신과 같은 존재이다. 특히 <삼일신고>는 삼신 상제님을 우주의 주재자로 여기며 천지인 모두는 삼신의 화현으로 존재하며, 따라서 삼신의 품성을 나누어 가진 존귀한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신교의 진리인 재세이화에 내포된 뜻이다. <삼일신고>는 이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사람과 만물이 다 같이 삼진을 부여받았다...삼진은 성명정이니 사람은 이를 온전히 부여받았으나 만물은 치우치게 받았느니라. 참된 성품은 착하여 악함이 없으니 상등철인은 이에 통하고, 참된 목숨은 맑아 흐림이 없으니 중등 철인은 이를 깨닫고, 참된 정기는 두터워 얇지 않으니 하등 철인은 정기를 보호하느니라. 이 삼진을 잘 닦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 일신의 조화세계에 들어갈 수 있느니라.
사람과 만물이 삼진을 부여받았다고 할 때 삼진의 소자출은 삼신이다. 삼진을 잘 닦아 그 삼진의 소자출인 삼신즉일신의 경계에 들어가 본래의 참됨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배달의 개천이념인 재세이화가 말하는 ‘삼신의 가르침, 신교의 진리’이다. 신교의 진리에 담긴 본래적 가치는 삼진을 회복하여 삼신과 하나되는 것(신인합일의 경계에 들어가는 것)이며 이것이 재세이화의 궁극목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를 <삼일신고>는 ‘삼진을 회복하여 신과 하나가 된다’ 혹은 ‘삼진을 깨달아 일신(삼신)의 경계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나아가 <삼일신고>에 함의된 집일함삼 회삼귀일의 삼일논리 역시 삼신의 진리를 의미하는 배달의 창시이념으로서 재세이화에 근거한 철학인 것이다. 그래서 「소도경전본훈」은 아래와 같이 선언하고 있다.
일신 즉 삼신이요, 삼신 즉 일신이 되는 원리를 잘 지켜나가는 것은 삼신의 선에 부합한다.
즉일즉삼卽一卽三은 일에 삼이 있고 삼에 일이 있다는 집일함삼 회삼귀일의 논리와 같은 표현이다. 즉일즉삼의 이치를 깨닫고 잘 지며나가는 것 또한 삼신의 진리에 부합하는 것이며, 이 삼신의 진리를 깨닫는 것이 바로 재세이화의 한 방편이다.
2. 홍익인간과 <삼일신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배달국의 개천이념이나 통치 철학, 삶의 원칙 등을 잘 표현한 말이 재세이화 홍익인간이다. 배달의 창시자인 환웅천황의 개천이념으로서 재세이화와 홍익인간은 각각 독립된 이념이 아니라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재세이화에 들어있는 ‘신교의 진리’는 ‘삼신의 권능으로 인간에 내재한 성명정을 깨달아 다시 삼신과 하나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재세이화의 이념에서 자연스럽게 홍익인간의 이념이 뒤따르게 된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재세이화는 곧 홍익인간이라는 단순화도 가능하다. 환웅천황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신교의 진리로 깨달음을 전수하였고, 그러한 환웅의 통치철학은 궁극적으로 모든 백성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다. 홍익인간은 백성을 사랑하는 환웅천황의 개천이념, 통치이념이면서 다른 한편 백성들 스스로 깨달음의 경계에서 서로 상생하고 보은하는 실천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홍익인간의 본래 정신이다.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배달의 개천이념은 환웅천황과 백성간의 쌍방적 실천이념이었다. 그래서 <삼일신고>를 통한 수행은, 혹은 <삼일신고>가 내포한 참된 인간의 경지는 재세이화를 통해 홍익인간을 실현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배달의 통치이념은 단군조선의 개천이념이기도 하였다. 특히 홍익인간 이념은 「염표문」에 잘 나타나 있는데, 「염표문」은 11세 도해단군이 지은 글로 환국의 <천부경>과 배달의 <삼일신고>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그 마지막 구절은 환국 개천이래로 내려오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4자씩 16자로 이루어진 경구警句이다.
삼신께서 참마음을 내려주셔서 사람의 성품은 삼신의 대광명에 통해 있으니, 삼신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깨우쳐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
이 「염표문」은 환국의 국통을 이어받은 신시 배달의 초대 환웅천황이 환국의 국시인 홍익인간의 대도이념을 열여섯 자로 정리해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일신, 참마음, 광명, 인간이다. 즉 「염표문」의 마지막 구절은 일신과 인간의 관계를 밝힌 것이며, 이로써 배달의 개천이념을 명확히 표현한 것이다. 또한 「염표문」의 이러한 구조는 <삼일신고>가 내포한 가르침의 구조와 동일하다. <삼일신고> 역시 허공, 일신, 천궁, 세계, 인간으로 나아가는 구조를 갖는데 요약하면 신에서 인간으로, 그 인간에서 다시 신으로 향하는 구조이다. 그 공통점은 알다시피 삼진귀일三眞歸一이며 반진일신反眞一神이다. ‘三眞歸一’은 <삼일신고>에 대한 발해 문적원감文籍院監 임아상任雅相의 주해에서 “三一은 三眞歸一이다... 神은 밝음이다. 誥는 文言이다”라는 해석에서 나온 말로서, <삼일신고>는 삼일신의 가르침인데, 그 때 ‘三一’은 <삼일신고>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삼진을 깨달아 일신에게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임아상은 풀이한 것이다. 물론 그러한 해석은 ‘반진일신’이라는 <삼일신고>의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그래서 <삼일신고>와 「염표문」의 마지막 16자를 비교하여 말하기를 “<삼일신고>는 일신강충 성통광명 재세이화 홍익인간의 원리를 밝힌 총 366자로 이루어진 우리 민족 고유의 경전이다.”라고 말한다. 지나친 단순화이긴 하지만 논자 역시 이러한 주장을 부정하지 않는다.
일신강충一神降衷(삼신즉일신이 참마음을 내려주었다)은 <삼일신고> 인물장의 첫 문장인 ‘인물동수삼진人物同受三眞’과 같은 의미이다. 인간에게 삼진三眞(참마음, 참목숨, 참정기), 그 중에서 참마음인 진성眞性을 내려준 주체는 삼일신이다. <삼일신고>는 인간은 태어날 때 삼진을 온전히 전수받았으나 세속에 살면서 미혹되어 삼망三妄과 삼도三途에 빠져 본성을 잃어버린 채 고통의 삶을 살아간다고 하였다. 그러한 인간이 다시 일신에게로 나아가는 것은 잃어버린 삼진을 회복하여 궁극의 깨달음을 얻어야 가능하다. 이를 <삼일신고>는 ‘반진일신返眞一神’이라고 표현하였다. 물론 반진일신을 위해서는 지감, 조식, 금촉의 수행법이 필요하지만, <삼일신고>의 일신一神장은 “소리와 기운으로 기도하여 상제님을 친견할 수 없으리니 너의 타고난 삼신의 본성에서 진리의 열매를 구하면 삼신의 성령이 너의 머리에 내려오리라.”라는 더 본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로써 ‘상철上哲’은 성통광명하고 성통공완하는 온전한 인간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완성된 인간의 길 자체가 홍익인간의 길이라는 것은 단순하지만 명백한 철학적 규정이다.
그 다음 구절은 성통광명인데, 특히 이 개념을 매개로 배달국의 개천이념으로서 재세이화 홍익인간의 가르침이 <삼일신고>에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성통광명’은 일신이 나의 마음에 내려와 나의 본성이 깨달음으로 밝게 빛난다는 뜻이며, 이러한 경지를 표현한 말이 <삼일신고>의 ‘성통공완’이다. <삼일신고>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오직 한 뜻으로 수행하여 삼망을 바로잡아 삼진을 이루어 비로소 자신 속에 깃들어 있는 위대한 삼신의 기틀을 발현시키나니 본성에 통하여 공덕을 완수한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삼일신고>의 마지막 결론으로서 완성된 인간은 ‘성통공완’을 완수한 자이며, 완성된 인간의 경지인 ‘성통공완’에서 ‘삼신이 내리신 참된 성품을 깨닫는다.’는 성통性通은 「염표문」의 성통광명과 같은 뜻이며, ‘공을 완수한다’는 뜻인 공완功完은 개망즉진改妄卽眞하고 반진귀일返眞歸一하여 궁극의 깨달음으로 모든 인간이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삼일신고>의 마지막 구절은 환국과 배달국의 개천이념이 오롯이 담긴 「염표문」과 마찬가지로 배달의 궁극적 이념이 내포된 경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은 『단군세기』의 다음 구절에서 잘 드러난다.
환웅천황께서 펼치신 신시 개천의 도는 신도로써 가르침을 베풀어, 나를 알아 자립을 구하며 나를 비워 만물을 잘 생존케 하여 능히 인간 세상을 복되게 할 따름(인다)
배달의 개천이념(개천의 도)을 설명한 위 구절에서 ‘신도로써 가르침을 베푼다’는 것은 ‘일신강충 재세이화’이며, ‘나를 알아 자립을 구하며 인간 세상을 복되게 한다’는 것은 ‘성통공완 홍익인간’을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배달의 개천이념과 <삼일신고>의 가르침이 ‘성통공완’을 매개로 서로 상통하는 것이다.
VI. 맺는 말
<천부경>는 환국시대에 나왔고, <삼일신고>는 배달시대 백성들에게 전하는 삼신의 가르침이다. 그리고 그 각 경전에는 그 시대의 정신과 생활문화가 압축적으로 담겨있다. 그래서 삼성조시대 이래 각 왕조의 제왕들은 그 경전에 의거해서 백성들을 다스리고 가르쳤다. ‘천경신고天經神誥’는 삶의 기준이면서 통치의 규범이었다. 『단군세기』, 『태백일사』 등에는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강연했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단군세기』에서는 국자랑의 사부 유위자의 말을 통해서 “오직 우리 신시 배달이 실로 환웅천황의 신시개천 이래 백성을 모아 전의 도로써 계율을 세워 교화하였습니다. <천부경>과 <삼일신고>는 역대 성조들이 조명으로 가록하였습니다.”고 하여 배달시대 이래 역대 왕들은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가르침의 근본으로 기록하여 전수하였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다.
「대진국본기」에서는 4세 문황제의 기사紀事로 “태학을 세워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가르치고 환단의 옛 역사를 강론하시고...이에 동방 대광명의 현묘한 도가 백성들에게 젖어들고 홍익인간의 교화가 만방에 미쳤다.”고 하여 <천부경>과 <삼일신고>가 정규 교육기관의 핵심 교과목이었을 뿐 아니라 모든 백성들이 그 가르침을 따라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맥은 「신시본기」에서 당시 조선에 전해져온 <천부경>과 <삼일신고>에 대해 “옛날 배달 때의 인문 교화가 근세에 와서 비록 널리 행해지지 못하고 있지만 <천부경>과 <삼일신고>가 후세까지 전해져 온 나라의 남녀가 모두 은연중에 믿고 받들어 ‘인간의 생사는 반드시 삼신께서 주관하신다’고 한다.” 라고 하여 <천부경>과 <삼일신고>가 조선 백성들이 의지하는 중요한 가르침임을 기록하고 있다.
<천부경>과 <삼일신고>가 상고시대의 경전임을 생각할 때, 또 그 속에 들어있는 가르침의 본질을 돌이켜보면, 우리 국통의 맥이 대대로 이어지면서 환국과 배달의 개천이념인 신교의 가르침과 재세이화 홍익인간의 정신은 왕의 통치철학으로, 백성들의 생활문화로 전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홍익인간 사상은 21세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소중한 정신문화이기에 한민족 신원국가의 개천이념이 현대까지 면면히 전수되어 왔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하다.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 논자는 홍익인간의 이념에 대한 정확한 의미가 도출되었다고 믿는다. 그것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풀이에 내포된 삼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깨달음,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위격과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때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이러한 종합적 이해는 환국과 배달의 개천이념으로서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들여다보고, 「염표문」의 마지막 16글자를 오직 괄목刮目하여 마주할 때 스스로에게 주어질 것이다.끝.
참고문헌
단행본
『조선왕조실록』
북애 저, 고동영 역, , 2011, 『규원사화』, 고양, 한뿌리.
사단법인 대한사랑, , 2022 대한사랑 6호, 대전: 상생출판.
송호수, , 1983, 『겨레얼 삼대원전, 조화경, 교화경 치화경』, 서울: 인간연합.
안경전 역주, , 2012, 『환단고기』, 대전: 상생출판.
일연, 『삼국유사』 「고조선」
전병훈, 『精神哲學通編』
정규훈,, 2001, 『한국인의 신종교』, 서울: 서광사.
최민자, , 2008, 『천부경』, 서울: 모시는 사람들.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논문
김낙필, 「전병훈의 천부경이해」(선도문화연구원편, 『선도문화』 제1집, 2006.
양근석, 「단군시대의 통치철학 연구 : 대한민국 60년, 그 반성과 과제를 중심으로」, 한국민족사상연구회 편, 『민족사상』 3권 1호, 2009.
유철, 천부경의 논리적 구조와 인간학적 함의, 2024 대학사랑 학술제 발표논문
임태현, 「천부경의 생명사상」, 충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편, 『인문학 연구』 통권 76호, 2009.
조준희, 「삼일신고 독경연구」, 유영인 외 공저, 『근대 단군 운동의 재발견』, 서울: 아라,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