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도 키워드
무극대도(無極大道)
무극대도(無極大道)
문자적 의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지극히 큰 가르침이란 뜻으로 증산 상제님의 도를 가리킨다.
본질적 의미
무극(無極)은 대립을 넘어서 경계가 없는 조화의 지극한 극치를 의미한다. 무극대도는 우주 만유의 무궁무진한 조화를 부리는, 상제님의 대도를 말한다.
무극의 궁극성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주 만물의 기원과 시초를 이루는 것이자 통일 성숙시키는 조화의 근거다. 무극은 우주 만유의 시원이며 또한 완성, 목적인 셈이다.
이에 따라 무극대도는 만유 생명의 생성의 근원을 이루는 가장 궁극적이며 포괄적인 무극을 주제로 한 무상의 가르침으로 풀이된다. 가을 개벽기에 천지의 질서를 바로잡고 인간 삶을 성숙, 통일시켜 새 천지위에 새로운 문명을 여는, 우주 주재자 상제의 도가 바로 무극대도다. 우주의 가을철에 인간으로 온 상제가 가을 천지의 운수를 주재하여 인간의 삶 속에 열어주신 새 문화, 성숙된 문화를 무극대도라고 하는 것이다.
핵심 사상
무극대도의 의미는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의 삼극론을 통해 보다 확연해진다. 무극, 태극, 황극 개념을 종합하여 우주에 대한 새로운 설명 모델을 제시한 사람은 조선 말의 사상가로 정역을 창시한 김일부(1826~1898)다.
무극은 음양이 분화되기 이전의, 지정지무(至靜至無)한 최초의 우주 상태를 가리킨다. 무극은 고정된 형체가 따로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모든 것이 생겨나고 이뤄지는 존재 가능성을 가득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무극은 "우주 조화의 근원", "창조의 본원"등으로 불린다.
무극이 생생(生生)하려는 자체 본성으로부터 음이 생하고 양이 생하면서 태극이 시작된다. 태극은 곧 무극의 열림 혹은 질서화다. 무극의 자기 전개로부터 음양의 질서가 분화되고 태극이 생겨나면서 천지 만물의 생성과 조화가 진행되어간다. 실질적인 만물의 창조와 분열작용은 태극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모든 생성 변화의 가능성이 압축된 무극이 태극으로 열리면서 처음 생겨난 것이 물이기에, 태극은 태극수(太極水) 또는 상수 1을 붙여 1태극수라 불린다. 따라서 무극은 우주 만유의 시원이자 통일된 바탕을 차지하는 것이다.
우주 만유는 시간을 타고 음양 기운의 조화 속에 분열 성장을 거듭하다, 그 극에 이르러 성숙와 통일의 새 질서로 접어든다. 그런데 이 새로운 질적 변화를 이끄는 것 역시 무극이다. 무극이 시간의 순환 질서 속에서 성숙와 통일의 조화정신을 이룰 때, 10무극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과 구별하여 우주 시원으로서의 무극을 0무극이라고 한다. 또 양자를 현상무극(10무극), 본체무극(0무극)이라고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결국 우주는 일정한 시간주기를 가지고, 무극-태극-무극의 순환운동, 즉 통일과 분열의 반복운동을 창조적으로 되풀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운동을 끝없이 전개되도록 하는 것이 황극이다. 황극은 조화능력을 지닌 변화의 매개자로서 분열과정을 통일로 넘겨줌으로써 분열과 통일의 순환리듬이 꺼지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도록 한다. 황극은 무극과 태극의 질서 바깥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태극수가 분열을 시작하면 불로 바뀌어 분열의 과정을 이끄는데 이 불덩어리가 곧 황극이다.
천지의 이치는 삼원(三元)이니 곧 무극(無極)과 태극(太極)과 황극(皇極)이라. 무극은 도의 본원(本源)인 십토(十土)요, 태극은 도의 본체로 일수(一水)니라. 황극은 만물을 낳아 기르는 생장(生長) 운동의 본체니 오토(五土)를 체(體)로 삼고 칠화(七火)를 용(用)으로 삼느니라. 우주는 일태극수(一太極水)가 동(動)하여 오황극(五皇極)의 생장 운동을 거쳐 십무극(十無極)에서 가을개벽의 성숙운을 맞이하니라 (『도전』 6:1:1~4)
요컨대 생명의 뿌리로서 도(道)의 체를 이루는 것은 무극이며, 무극의 드러남, 작용이 태극이다. 태극은 물과 불로 전개되는데, 이 가운데 불인 황극은 무극-태극-황극의 전 과정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무극, 태극, 황극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체를 이룸을 알 수 있다. 태극은 무극의 질서화요 황극은 태극의 용(用)으로서 근본은 하나다. 증산 상제는 세 경계로 존재하는 무극의 자리에서 우주를 다스리는 주재자다. 그래서 증산 상제는 무극신, 무극제, 무극상제가 된다. 또한 이런 삼극과 제의 관계는 인사에 새겨져 현실 역사에서 태극과 황극의 대행자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태극신, 태극제와 황극신, 황극제가 무극신 증산 상제와 하나를 이루며 도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마치 천지가 음양 짝을 이루는 방식으로 일월에 의해 대행되듯이 말이다.
”상제님께서 ‘나는 천지일월(天地日月)이니라.’ 하시고 건곤감리 사체(四體)를 바탕으로 도체(道體)를 바로잡으시니 건곤(乾坤:天地)은 도의 체로 무극이요, 감리(坎離:日月)는 도의 용이 되매 태극(水)을 체로 하고 황극(火)을 용으로 삼나니 이로써 삼원이 합일하니라. 그러므로 도통(道統)은 삼원합일(三元合一)의 이치에 따라 인사화(人事化)되니라.” (『도전』 6:1:5~7)
이로부터 무극대도의 성격은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무극대도는 천지와 인사의 모든 것을 포괄하며 그것을 성숙과 통일로 이끄는 것으로서 신도와 인사가 일체를 이루는 지극한 가르침이다. 그것은 곧 인간으로 온 상제가 성사재인하는 일꾼과 더불어 천지의 질서를 바로잡아 조화와 통일의 신천지, 신문명을 여는 구원의 도며 선천 문화의 진액을 뽑아 하나로 통일하는 열매기 문화의 도다. 다시 말해 가을개벽의 도를 무극대도라고 한다.
기존 문헌의 용례
무극은 노자와 장자에 의해 도가의 용어로 등장했다. 특히 노자는 "복귀어무극"(復歸於無極, 무극의 상태로 돌아감)이라 했는데, 무극은 여기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어떤 한계도 없다는 의미의 무극은 노자의 문맥에서 우주의 시원과 같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 점에서 도나 무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된다. 노자가 "유생어무(有生於無)"라 하여 만물은 무에서 생겨났다고 했을 때의 무가 바로 무극을 얘기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유물혼성 선천지시"(有物混成 先天地始, 분화되지 않은, 그러나 하늘, 땅보다 먼저 있는 것)와 동일한 경계다.
도가의 무극 개념은 주렴계에 의해 성리학 안으로 수용된다. 그는 자신의 "태극도설"에서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이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규정을 제시한다. 무극이 태극이고 태극으로부터 음양오행이 생겨난다는 주장이다. 그 후 태극을 리(理)로 보고, 리를 궁극적인 것으로 주장하는 성리학은 무극의 창조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희가 대표적인데, 그는 무극과 태극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이라고 밝힌다. "하늘이 아직 생기기 이전의 시기는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으나 온갖 조화의 실제적인 핵심이며, 모든 사물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무극이면서 태극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태극 밖에 또 다시 별도의 무극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무극에 대한 이해는 조선 말 김일부, 최수운에 의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김일부는 무극, 태극에 황극 개념을 종합하여 시간의 질서 위에서 전개되는 역동적 우주론을 정립한다. 그는 이를 통해 선, 후천 교역의 원리와 개벽 우주의 실상을 밝혔으며 우주 주재자 상제의 존재를 일깨웠다.
상제로부터 천명과 신교를 받아 동학을 개창한 최수운은 "무극지운"과 "무극대도"를 설파한다.
"호천금궐 상제님을 네가 어찌 알까보냐"
"만고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날것이니"
"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개벽 아닐런가"
"무극대도 닦아내니 오만년지 운수로다"
수운은 가을개벽의 때 괴질의 겁액이 닥치며, 무극대도로써 개벽을 극복하고 후천 오만년 선경세계가 열리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로써 그는 동학을 통해 상제의 강세로 열리는 무극대도의 시대를 미리 알리는 전령의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