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석(車京石)
차경석(車京石)
보천교(普天敎)를 창교였으며 본명은 윤홍(輪洪), 호는 월곡(月谷)이다. 일명 차천자(車天子)라 한다.
1880년 6월 1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 호암리에서 아버지 중필(重弼)과 어머니 밀양 박씨 사이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치구(致九)로 널리진 동학접주였다. 월곡은 20세 때 부친의 고향인 정읍군 입암면 대흥리로 이사하여 동학운동에 종사했다. 월곡은 갑오(1894)년 겨울 전명숙 장군이 원평, 태인 전투에서 실패하고 피노리로 피신할 때 끝까지 보좌한 10여 인 가운데 한명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부친 차치구가 동맹자의 밀고로 참형되는 비극 속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의 역을 맡았다.
갑진(1904)년 가을, 손병희가 주도한 동학부흥운동(復興運動)인 갑진개혁운동이 진보회를 거쳐 겨울에 일진회로 통합되자 그 초기 조직활동 및 대정부 투쟁에서 월곡은 전라남북도 순회관이 되어 일진회의 실세로 자리하였다. 갑진년 겨울 일진회 지부사무소 개설과정에서 관찰사와 빚은 큰 소요, 을사년 2월 전주 아전과 일진회원간의 큰 분쟁 등에서 월곡은 최고 간부(총대)로 명성을 날렸으며 이는 시간단위로 일본 영사관에 보고 되었다.
당시 이 사태를 진압할 위치에 있던 육군 전주 진위대의 책임자였던 백남신이나 김병욱 등이 증산에게 그 해결방안에 대하여 긴급 문의하였고 증산은 이를 위한 공사를 보았으므로 그는 증산도문에 일찍부터 잘 알려진 존재였다. 1907년 증산이 김형렬에게 “이 길이 길행이라. 한 사람을 만나려 함이니 장차 네게 알리리라”고 한 것에서 그를 천지공사에 아주 중요한 인물로 쓸 것을 예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월곡은 증산이 세상을 떠난 후 다른 문도들처럼 방황하였다. 1911년 이종사촌 누이였던 고수부가 도통이후‘선도교’란 이름으로 포교의 문을 열고 문도들의 규합에 나서자 월곡은 그 중심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인심이 수부에게 몰리는 것을 경계한 월곡은 신도들이 그녀에게 접근하는 일을 의도적으로 막아 점차 실권을 장악하였으며 점차 독자적인 길로 나아가 교세를 크게 확장하였다.
1914년부터 치성드리며 수도에 힘써 조금씩 인망을 얻어가던 월곡은 마침내 1916년 동짓날 24방주(方主)를 임명하여 각기 연원체계를 조직하게 하였다. 그러다 1919년 10월 그는 60방주를 임명했다. 그 후 입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3년 만에 간부만 55만 7천 7백 명에 달하는 비밀 조직을 이루었다. 당시 월곡은 간부를 임명할 때 교첩과 상아인장을 주었는데, 이것은 월곡이 천자로 등극하면 새 왕조의 관직 임명장과 직결된다는 믿음으로 이어졌다. 1920년 월곡은 천지운도(天地運度)가 자기에 의해 열린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동방연맹(東邦聯盟)의 맹주가 될 것이고 조선은 세계통일의 종주국이 될 것이라 하였다.
1921년 월곡은 경상남도 함양군 황석산(黃石山)에서 대규모 천제를 지내고 국호를 시국(時國)이라 정하였으며, 교명(敎名)을 보화교(普化敎)로 선포함으로써 그가 천자에 등극할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그리하여 그는 차천자라 불렸다. 당시 경찰은 월곡의 교단을 '독립운동'을 재발시키려는 불온단체로 규정하여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다. 그러나 총독부의 이러한 탄압은 교단의 지하 포교활동을 독립운동과 자연스레 연관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오히려 교세가 더욱 불어나게 되었다.
1922년 2월 월곡은 이상호(李祥昊)로 하여금 서울 창신동에서 보천교라는 교명으로 포교하도록 했다. 보천교의 교의는 일심(一心) 상생(相生) 거병(去病) 해원(解寃)이었고, 후천(後天) 인존(人尊)시대를 건설하기 위해 심고(心告)와 주송(呪誦) 공부를 한다고 했다. 보천교도들은 일제의 단발령에 반대하여 갓을 쓰고 푸른 옷을 입는 등 전통적인 복식을 고집했고, 전통식 교육을 고수했으며, 일본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자급자족운동을 전개했다. 이와 같은 당시 보천교운동은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독립운동으로 받아들여졌다. 같은 해에 보천교는 보광(普光)을 발행했고, 1924년에는 최남선이 경영하던 시대일보(時代日報)를 인수·경영했다.
1924년 6월 일부 교단간부들이 보천교혁신운동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교단내 분열이 일어나 분파되기 시작했다. 이때 분파된 교단으로는 태을교, 동화교, 삼성교, 수산교, 보화교, 선도교, 무을교, 인천교, 원군교 등이 있다. 기대했던 갑자년(1924년) 천자등극이 무위로 끝나고 오히려 핵심간부들이 이탈하여 새로운 교파를 형성하자, 그해 9월 월곡은 종교활동의 자유를 보장받고 교단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조선총독부 정무총감과 일본의 총리대신에게 사절단을 보냈다. 또한 시국대동단(時局大同團)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면서 보천교의 소개와 함께 대동아단결을 강조하는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로 말미암아 보천교는 민중으로부터 친일단체로 지목되어 지탄을 받았다.
1928년 1월에 경석은 간부들을 소집하여 종래 표방하여 오던 해원(解寃), 상생(相生)의 교의(敎義)를 폐기하고 새로운 교의체계를 세운다는 ‘무진설법’을 행하여 일부(一夫)의 『정역(正易)』에 맞춘 유교적인 교의를 세워 신로(信路)를 변경하였다.
1929년 월곡은 십일전(十一殿)을 낙성하고 호천금궐(昊天金闕)에 일월성(日月星)을 상징한 삼광영(三光影 : 일광영-구천, 월광영-옥황상제, 성광영-삼태칠성) 신단을 설치하였다. 십일전은 황금색 기와를 사용했는데, 경복궁 근정전보다 넓이가 2배나 될 정도로 호화로운 건물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 공사를 ‘차천자(車天子)의 대궐 신축공사’라고 하였다. 신축된 십일전의 영위 봉안식은 월곡이 기사년(己巳年) 기사월(己巳月) 기사일(己巳日)에 신축 궁전에서 등극식(登極式)을 거행한다는 설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일제는 민심을 자극하여 소동을 일으킨다는 이유를 들어 기일(期日)이 박두하자 서둘러 봉안식의 연기를 명령하였으며, 그 뒤로 계속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십일전의 영위 봉안식을 끝내 금지하였다. 이리하여 월곡에 대한 신망(信望)은 땅에 떨어졌다.
월곡은 1936년 3월 지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난 병자(丙子:道紀 66, 1936)년까지 보천교는 일제의 숱한 탄압 속에서 700여 만에 이르는 신도를 규합함으로써 세계 종교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월곡은 일제강점기의 민중들에게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희망을 주었으며, 실제로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기도 한 '시대의 풍운아'였다. 또 그는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운동자금을 제공하고 당대의 지식인과 독립 운동가들을 돕는 등 일제강점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민족해방운동의 지도자'이기도 했다는 평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월곡은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인식되었던 민족적 종교운동의 지도자였다.
이러한 평가를 받는 월곡을 증산은 ‘만인대적 차경석(萬人大賊 車京石), 천하대적 차경석(天下大賊 車京石), 차경석 解寃職’이라 하였다. 증산은 그를 대동하고 떠나는 첫걸음에 ‘남조선배의 짐을 채운다’고 함으로써 그가 참동학을 건설하는 천지공사의 큰 개척 일꾼임을 밝혀주었다. 실제로 월곡이 이끈 보천교는 그가 세상을 떠남으로써 퇴락하였지만 이후 증산교단의 활동에 밑거름이 되었다. 고수부는 차경석의 이러한 역할을‘이종(移種)’이라 표현하였다. 또한 증산은 그를 동학역신해원의 두령으로 임명하였으며, 그 정성과 기국이 일극(一極)을 맡을 수 있다고 하여 황극(皇極) 관련 공사를 그와 함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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